제니 조



현대미술, 그 의미의 생산구조와 제니조의 '힌지 픽쳐 시스템'에 관하여


제니조는 회화사에서 중요한 개념의 하나인 '시점'을 시지각적으로 재배치하여 통합적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해 왔는데, 최근에는 <힌지 픽쳐 시스템Hinge Picture System>이라는 작품 설치 방식을 고안해내어 현대 서구 회화의 동시대적 모습을 메타-비평적 시각으로 되돌아 봄으로써 현대회화의 존재방식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을 하고 있다.

힌지 픽쳐 시스템은 1인치 두께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사각의 프레임에 캔버스를 고정시켜 360도로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 사각 프레임은 정방형의 큐브로 조립하거나, 해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 공간의 상황에 따라 프레임을 구성하고 평면 회화들을 이 구조물과 함께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우 유동적이면서 다양한 방식의 회화보기가 가능한 구조이다.

따라서 힌지 픽쳐 시스템은 그 것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면서도 장소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환될 수 있는 일종의 가변구조로서, 이 자체가 전통적인 회화의 존재형식이나 설치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전시공간과 동시에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동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작가의 입장에서는 회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으며 관객에게는 회화 자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양면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모더니즘 이전의 미술은 하나의 주제를 설정하고 그 내용과 형식에 가장 알맞는 순수하고 완결된 형식을 유지함으로써 그 독점적 지위와 역할을 누려왔으나, 오늘날 현대미술은 각 국의 수많은 미술관이나 비엔날레 그리고 비영리 기관들을 통하여 각 지역만의 특성이 담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이슈들을 담은 다국적 담론의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작가들은 이들 미술관이나 비영리 기관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들과 그 지역에서의 협업을 통해 담론을 생산해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오늘날의 현대미술계는 전지구화와 인터넷의 발달, 그리고 자본주의의 발달로 인하여 그것을 주도하는 국가에서 생산된 담론이 더욱 더 빠르게 전세계에 보급됨과 동시에 특정 지역의 문화 역시 그 사회적 위상과 관계없이 빠른 속도로 국제 무대에 등장함으로써 현대미술의 세계는 그야말로 글로벌리즘과 글로컬리즘이 전방위적이고 다각적 방향에서 교류되며 동시다발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 세계의 각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은 오히려 각 작가의 정신적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구성할 수 밖에 없음을 자각하게 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제니 조는 여러 문화의 경계선에 위치한 중간자 또는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 작가로서, 서양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회화를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지 고민할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현실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니조의 힌지 픽쳐 시스템은 시대의 변화와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고 그를 수용할 수 있는 '지향성'을 가진 하나의 매개체이자 촉매자(Catalyst)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며, 이를 통하여 동시대 미술의 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간 매체inter-medium로서의 역할을 통하여 포스트 미디엄 상황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미디엄의 존재방식 혹은 작품의 형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새로운 유형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에서의 전시란 작가 개인의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역할과 함께 자신의 작품세계를 지형도적 관점에서 살펴보거나, 혹은 작품을 대하는 관객이나 전문가들과의 상호교류를 통해 미래의 활동 및 작품방향을 예측해 보는 매우 중요한 실천적 행위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유기적 포맷을 갖춘 플랫 폼으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전시자체를 구성하는 유동적 구조체로 고안된 <힌지 픽쳐 시스템>을 통하여 현대미술의 의미의 생산구조가 작품을 통하여 어떻게 투영되고 하나의 내용과 형식을 갖춘 작품이 될 수 있는 지 엿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