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조



눈과 마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009, 김종호


‘In-between’은 ‘두 지점의 사이(in between two points)’를 의미하는 말로서 제니 조의 작업에서는 시각과 지각의 사이를 연결하여 대상을 파악하는 시지각의 본질을 뜻한다.

  인지 심리학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각 개인의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르게 대상을 인식한다고 한다. 이것에 착안하여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개인의 경험과 기억의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주관과 객관의 대립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제니 조 작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작업을 보면 회화를 그리기 전에 정면과 측면, 더 나아가 거울에 반사된 이미지까지 다양한 각도와 시점으로 대상을 촬영하고 이것을 인화한 후 필요한 이미지를 커팅하여 평면상에 재배치(re-composition)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것을 ‘사진부조(Photo Relief)’라 부른다.

 사진부조는 선택된 이미지들을 단순히 평면상에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주관적 의도에 따라 엔지니어링 와이어를 이용하여 높낮이 혹은 그 위치가 다르게 구성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객관적 사물로서의 대상이 개인의 기억과 경험으로 인식되어가는 중간단계를 보여주게 된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그려진 회화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인식된 대상을 재현해 냄으로써 보이는 것(visible)과 보이지 않는 것 (Invisible)사이에 존재하는 작가만의 내밀한 경험과 감각으로서의 시각자체를 통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시간의 요소가 개입되는데 사진을 부조로 재구성하고 다시 이를  회화로 그리는 동안에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다시 현재화되어 지금 이순간의 작품속에 현현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2인의 초상(double portrait, 2008)’을 보면, 제니 조는 가족의 일원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집안의 여러 공간과 부모의 모습을 촬영한 후 의도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작가가 바라보는 가정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거실이나 다이닝 룸 등의 공간이 그 의미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하면서 반복적으로 펼쳐지고 낮과 밤에 촬영된 부모의 모습이 마치 같은 시공에 존재하는 것 처럼 사실적으로 재구성됨으로써, 변하지 않는 가족의 본질적 가치가 시간의 순환성과 동시성을 통하여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사진부조를 다시 회화로 재현한 ‘2인의 초상’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통하여 조화롭게 표현되지만 또한, 대담하고 거친 구도로 이질적인 공간들을 연결시킴으로써 ‘집은 행복하고 조화를 이루는 소중한 공간임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부조화와 갈등을 내재하고 있는 심리적 공간’임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 사진부조에 표현되어 있는 이미지라 할 지라도 작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그 대상을 지워버리거나 첨가시키기도 하는데, ‘2인의 초상’에서 사라진 다이닝 룸의 시계는 작품 자체가 시간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니 조의 작업을 유심히 살펴보면 매우 특징적인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시점을 작품의 중요한 조형요소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그녀의 작업은 세잔이나 피카소 혹은 데이빗 호크니의 작업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대상의 실재(reality)를 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관념적으로  시점(perspective)을 활용하고 있는 것에 반해, 제니 조는 대상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재현해 내는 조형요소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대상(object)은 언제나 그 의미에 앞서 감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는 존재 이후의 물음을 통하여 세상의 본질을 파악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지평에서의 예술작품은 인식 주체로서의 주관이 대상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그 내면의 비밀을 세상에 드러내는 법이다.

 같은 맥락에서 제니 조의 작업이 현대미술로서의 사진과 회화의 영역을 더욱 더 확장시키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작품세계를 개척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김종호 _ 두산 갤러리 총괄 디렉터